
최신 국제 정세에서는 자원 무기화 기조가 확산됨을 알수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에게 '핵심광물 재자원화(Critical Mineral Recycling)'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흔히 '도시광산(Urban Mining)'이라 불리는 이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 처리의 영역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 1월, 재자원화 산업을 기존의 환경적 관점에서 벗어나 '핵심광물 제조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광물 수요의 20%를 자체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정부의 최신 정책 발표를 기점으로 재자원화 산업의 구조적 변화, 법적 분류 체계의 개편, 그리고 향후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해 심층 분석합니다.
1. 재자원화 산업의 정의와 인식의 대전환
재자원화란 사용 후 배터리, 폐촉매, 전자 폐기물 등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와 같은 경제적 가치가 높은 광물을 추출하여 다시 산업 원료로 공급하는 일련의 공정을 의미합니다.
폐기물 처리업(E)에서 제조업(C)으로의 진화
그동안 국내 표준산업분류상 재자원화 산업은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습니다. 원료를 추출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폐기물 처리원료 재생업(E)'이나 일반 '제조업(C)'으로 혼재되어 분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산업의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고, 통계 데이터 구축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 특수분류'를 고시했습니다. 이는 재자원화 기업을 단순 쓰레기 처리 업체가 아닌,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혈관을 담당하는 '소재 제조 기업'으로 공식 인정한다는 신호탄입니다.
도시광산의 경제적 가치
재자원화는 광산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것보다 환경 오염이 적고, 공정이 단축되며,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니켈, 리튬 등의 광물은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자원이므로, 폐배터리 등에서 이를 회수하는 기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됩니다.

2. 2030 핵심광물 확보 전략 및 정책 세부 분석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번 발표는 구체적인 수치 목표와 실행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핵심은 국내 공급망의 '내재화(Internalization)'입니다.
10대 전략 핵심광물 재자원화율 20% 달성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 필요한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20%를 재자원화를 통해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이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광물 공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재자원화 시설 및 장비 구축을 위한 신규 지원 사업을 런칭하고, 특수분류에 포함된 기업을 우선 선정하여 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규제 완화와 산단 입주 지원
그동안 재자원화 기업들은 '폐기물 처리 시설'로 분류되어 산업단지 입주에 많은 제약을 받아왔습니다. 악취나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혐오 시설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정책 전환을 통해 정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하여 불합리한 폐기물 규제를 완화하고, 재자원화 기업이 산업단지에 원활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할 계획입니다. 이는 기업의 입지 확보 어려움을 해소하고 클러스터 조성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3. 국내 재자원화 시장의 현황과 구조적 한계 극복
정책의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현재 국내 산업 생태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부의 육성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중심의 영세한 시장 구조
현재 국내에는 약 200여 개의 재자원화 기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일하이텍, 포스코HY클린메탈 등 일부 선도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기업 규모입니다. 자본력과 R&D 역량이 부족하여 고순도 광물 추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품목의 편중 현상
현재 재자원화 시장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와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폐촉매' 등 특정 품목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희토류 영구자석이나 기타 희소 금속에 대한 재자원화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진정한 공급망 안보를 위해서는 품목의 다변화가 필수적입니다.
4. 재자원화 산업 육성의 시사점 및 미래 전망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의 육성은 단순한 환경 보호 캠페인이 아닙니다. 이는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블록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EU의 CRMA(핵심원자재법) 등 글로벌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한 산업 통상 전략의 핵심입니다.
통계 기반의 체계적 육성
이번에 도입된 '특수분류' 체계는 산업의 가시성을 높여줍니다. 체계적인 통계 조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정부는 어느 분야가 취약한지, 어떤 기술 지원이 필요한지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핀셋 지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핵심광물 제조 산업으로서의 도약
윤창현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의 발언처럼, 이번 조치는 재자원화가 '제조업'으로 인정받는 첫걸음입니다. 앞으로 재자원화 산업은 폐기물을 치우는 정맥 산업(Venous Industry)에서, 첨단 산업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 산업으로 그 위상이 격상될 것입니다.
5. 결론
2030년까지 핵심광물 수요의 20%를 재자원화로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국내 산업 생태계에 큰 기회이자 과제입니다. 기업들은 기술 고도화를 통해 회수율을 높여야 하며, 정부는 일관성 있는 규제 개선과 인프라 지원을 지속해야 합니다. 핵심광물 재자원화는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자원 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적 광산'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른나라에 비해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핵심작물의 재자원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일것 같습니다.